사랑하는 이성효 리노 주교님!
사랑하는 마산교구의 형제자매 여러분!
2025년은 여러 면에서 뜻깊은 해입니다. 우리 슈타이어마르크 주(州))의 그라츠-섹카우 교구민들은 긴 공석 끝에 이성효 리노 주교님께서 마산교구의 새 교구장으로 임명되신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습니다.
2025년 2월, 주교님의 성대한 착좌식에서 처음 만난 순간은 따뜻한 정으로 가득했습니다. 독일 트리어에서 유학하신 리노 주교님께서 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신 덕분에 우리는 수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라츠-섹카우 교구의 소규모 사절단과 함께 서울과 마산을 방문했을 때는 마치 “친구를 방문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다만 서울에서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한국 전역에 감도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선거가 한국 민족 고유의 공동체 정신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마산에서의 성대한 착좌 미사는 우리에게 깊은 영적 감흥을 남겼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자매결연에 기여해온 낯익은 사제들과 평신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퇴임하신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님과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님과의 만남에도 깊이 감사드리며, 두 분 전임 교구장 주교님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는 새로 지어진 교구청을 둘러보았고, 특히 구암동성당과 지세포성당에서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를 방문했을 때의 깊은 감동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본당 신자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들의 깊은 신앙의 증언은 우리에게 크나큰 기쁨과 용기를 안겨주었습니다.
올해 그라츠-섹카우 교구에도 새로운 보좌주교 요한네스 프라이탁 주교님이 선임되셨습니다. 이성효 리노 주교님께서는 교구 총대리 신부님과 네 분의 지구장 신부님 그리고 자매교구위원회 위원장 신부님과 함께 그라츠에서 거행된 주교 서품식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예식 중 요한네스 보좌 주교님께서 축복을 전하실 때 마산교구 주교님께서 동행하신 장면은 세계 교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자매결연 관계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서품식 현장에 있던 이들과 텔레비전으로 예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울림 가득한 표징이 되어주었습니다.
마산교구에서 온 사절단과 함께 지난 54년의 자매결연 역사를 되돌아보고, 향후 동행할 새로운 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였습니다. 이 과정은 현재 진행 중이며, 우리는 이 여정을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계속해 나아가려 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요한 베버 주교님의 선종 5주기 추모미사에서 우리는 그분의 뜻을 기렸고, 자매결연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마산교구에서 교구 설립 초기에 받은 도움에 대한 감사로 지난 수년간 이곳으로 보내온 재정적 지원금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에 요긴하게 쓰여졌습니다. 요한 베버 주교님께서 설립하신 노동 및 교육 시설과 노숙자를 위한 빈치(Vinzi)호스피스, 그라츠 베트남 여성 수도회 공동체와 돈보스코 본당의 청년을 위한 프로젝트, 그밖의 다양한 활동들이 그것입니다. 이 모든 훌륭한 지원에 대해 그라츠-섹카우 교구가 관할하고 있는 슈타이어마르크주 사람들의 표현으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페어겔츠 고트(Vergelt’s Gott: 하느님께서 갚아주십니다)!”
지난 5월 방문 기간 중 마산교구 사절단은 박기홍 요셉 플라츠 신부님의 묘소를 찾아 기도하고 성가를 불렀습니다. 박 신부님께서 선종하신 이후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럼에도 우리와 함께하시며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성령은 여전히 같은 분이십니다. 그분은 강하고 요구하시며, 보호해주시는 분이십니다. 다가오는 2026년, 마산교구는 설립 6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라츠-섹카우 교구는 여러분이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동참하고, 신앙 안에서 성장해 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가 함께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 모든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이는 새 교황 레오 14세께서 교황 선출 후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외치신 첫 말씀입니다. 평화는 단순히 정치적으로 절실한 과제가 아니라, 예수님의 계획입니다. 가정, 친구, 본당, 교구 안에서 그리고 전 인류의 평화를 향한 노력은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사도들에게 확언하신 주문이 바로 이 평화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기도와 일상 안에서 이 평화를 일궈가기 위해 노력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신앙 위에 세워진 공동체가 더욱 성장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사랑하는 마산교구의 형제자매 여러분! 성부, 성자, 성령의 하느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작용하시어 형제적 사랑을 가능케 하시기를 기도합시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온 마음을 다해 우리 모두를 위한 전구를 청하며, 마산교구와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2025년 6월 8일 자매교구의 날에
빌헬름 크라우트바슐 주교, 그라츠-섹카우 교구장
[ 출처 : https://cathms.kr/board_1/231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