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레오 14세 교황 선출 감사 미사, 의장 주교 강론

by 노프란치스코 posted Jun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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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선출 감사 미사 강론

 

(2025년 6월 16일(월) 14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 대성당)

 

 

오늘 우리는 지난 5월 8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신 레오 14세 교황님께 온 마음을 다하여 축하드리며, 우리에게 훌륭한 최고 목자를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이신 레오 14세 교황님을 환영하며 성령께서 새 교황님께 교황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주시어 교회와 세상을 참 생명과 진리의 빛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지난 4월 21일에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함께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년의 재위 기간에 교황님은 당신의 말씀뿐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도 참으로 감동적인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통하여 우리는 ‘복음의 기쁨’이 진정 무엇인지, 어떻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아야 하는지, 왜 생태적 회심과 형제애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예수님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노달리타스의 여정 속에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에 대한 꿈을 키우며 새로운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언제나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제는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계실 교황님께 지상에 남아 있는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라고 청해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뒤를 이어 가톨릭 교회의 으뜸 목자가 되신 레오 14세 교황님의 선출 감사 미사에서 우리가 들은 복음은 이렇습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맡기신 그 하늘 나라의 열쇠는 이제 레오 14세 교황님께 건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받은 교황님은 누구나 교회에서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모든 이를 열린 팔로 환영하는 교회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씀하십니다. 교황님께서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Urbi et Orbi) 때 하신 말씀을 상기합시다. “언제나 열려 있고 받아들이는 교회가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랑, 우리의 현존, 대화와 사랑이 필요한 모든 이를 받아들이는 교회 말입니다.” 이처럼 교황님은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교회, 평화와 사랑을 추구하며 특히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교회, 그렇게 서로를 품어 주며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시노달리타스적인 교회를 간절히 바라고 계십니다. 

 

우리는 교황님의 그런 지향을 5월 1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즉위 미사 때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교황님은 미사를 봉헌하시기에 앞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셨는데, 덮개가 없는 교황님 전용차를 타시고 광장 안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광장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만나러 가시는 교황님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성 베드로 광장 밖 ‘화해의 길’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사하시고 축복하시는 모습을 보며 저는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그들과 함께 걸으시려는 교황님의 다짐과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황님은 그 의지를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 즉위 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을 향하여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말씀을 선포하며 인류를 위한 화합의 누룩이 되는 교회를 건설합시다. 우리 함께 한 백성, 한 형제자매로서 하느님을 향하여 걸어가며 서로 사랑합시다.”

 

물론 모두가 함께 가는 길은 험난하고 장애물이 많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전쟁, 증오, 폭력, 편견으로 상처 입은 세상에서 너무나 많은 분열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경제 갈등, 신냉전의 격화, 기후 위기,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인간성 상실, 윤리 의식의 부재, 수많은 복합적 위기와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와 ‘새로운 사태’ 앞에서 레오 14세 교황님은 우리 교회가 일치와 친교의 표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어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서로를 이어 주는 ‘다리’를 세우자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세상을 잇는 다리를 만들어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도전에 맞서고, 대화와 만남을 통해 다리를 건설하여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백성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일치의 건설자, 곧 ‘다리를 놓는 교황님(Pontifex)’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이 사명은 교황님 홀로 해내실 수 없기에, 우리 모두 함께 다리를 놓는 사람이 되도록 각자의 소명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의 주교이자 보편 교회의 목자로 부름받은 레오 14세 교황님을 따르고 도와드려야 하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주교에서 추기경을 거치며 교황이 되어서도 불변하는 레오 14세 교황님의 사목 표어처럼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임을 잊지 맙시다. 교회 내 다양한 전통과 흐름을 존중하고 포용하면서 전 교회 구성원과 세상의 일치와 평화를 지향하는 교황님의 사목 방향을 따라 손에 손잡고 하나 되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교황님은 땅에 있는 것과 하늘에 있는 것을 연결하는 하늘 나라의 열쇠로 우리가 계속 평화를 향해 걸어가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끝으로,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책임자로 일하실 때 우리나라를 다섯 번이나 다녀가신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방한하시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분단으로 아픈 우리 민족을 위로해 주시며, 세계 청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해 주시리라 믿고 희망합니다. 그런 우리의 바람을 담아 새로운 사명을 시작하신 교황님을 위해 이렇게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모든 믿는 이들의 목자요 인도자이신 하느님! 당신의 일꾼 교황 레오를 교회의 목자로 세우셨으니, 그를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올바른 말과 행동으로 맡은 양 떼를 보살피고, 마침내 그들과 함께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아멘.”

 

 

2025년 6월 1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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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50291?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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