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2025년 제5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

by 노프란치스코 posted Jul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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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2025년 제5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
(2025년 7월 27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집회 14,2)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경축하고 있는 이번 희년은, 어떤 나이의 사람에게든지 희망이 기쁨의 항구한 원천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나아가, 오랜 인생의 여정을 거치며 불로 단련되었다면 그 희망은 분명 깊은 행복의 원천이 됩니다.

 

성경은 주님께서 수많은 남녀를 그들 삶의 저물녘에 부르시어 당신의 구원 계획에 참여하게 하신 사례들을 보여 줍니다. 우리는 아브라함과 사라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나이가 든 그들로서는 하느님께서 아이를 약속하셨을 때 믿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이가 없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게 그들을 가로막는 듯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관한 예고를 들었을 때, 즈카르야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루카 1,18). 표면적으로 볼 때, 노령, 불임, 신체적 쇠락은 이들이 생명과 출산에 대하여 희망을 품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스승님께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씀하셨을 때, 니코데모가 주님께 아뢴 것도 답변을 기대하지 않는 전적으로 수사학적인 질문인 것 같습니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요한 3,4) 그러나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주님께서는 구원의 권능을 행동으로 보여 주시어 우리를 놀라게 하십니다.

 

희망의 표징인 노인

 

성경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당신의 섭리적 돌보심을 거듭 보여 주십니다. 아브라함과 사라, 즈카르야와 엘리사벳뿐만 아니라, 80세가 되어서야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을 위하여 부름받은 모세에게도 그러하셨습니다(탈출 7,7 참조).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 눈에 늦은 나이가 축복과 은총의 시기로 보이고, 노인들이 당신께는 희망의 첫 증인들임을 가르쳐 주십니다. 아우구스티노는 묻습니다. “노년의 시기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몸소 다음과 같이 답하여 주신다고 말합니다. “너의 힘이 참으로 약해지게 하여라. 그러면 나의 위력이 네 안에 머물러, 바오로 사도처럼 너도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합니다.’ 하고 말할 수 있다”(「시편 해설」, 70,11). 오늘날 노인 인구의 증가는, 역사의 이 순간을 적절히 해석하기 위하여 우리가 식별해야 하는 시대의 표징입니다. 

 

교회와 세상의 삶은 세대의 계승에 비추어야 비로소 이해될 수 있습니다. 노인을 포용하는 것은, 역사가 현재에서 끝나 버리지 않고 피상적 만남이나 일시적 관계 안에서 허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오히려 삶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미래를 가리켜 줍니다. 창세기에서 우리는 노년의 야곱이 자신의 손주들인 요셉의 아들들을 축복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봅니다. 야곱의 말은 희망 안에서 미래를 하느님 약속이 성취될 때로  바라보라는 호소입니다(창세 48,8-20 참조). 힘없는 노인에게 젊은이의 활력이 필요한 것처럼,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가 지혜롭게 미래를 건설해 나가려면 노인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우리 조부모님들은 참으로 자주 우리에게 신앙, 신심, 시민적 덕목, 사회적 헌신, 기억의 모범이 되어 주셨고 시련 속에서도 인내의 모범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분들이 희망과 사랑으로 우리에게 물려 주신 소중한 유산은 언제나 감사의 원천이자 인내로의 부름이 될 것입니다. 

 

노인을 위한 희망의 표징

 

성경 시대부터 희년은 해방의 때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희년에는 종살이에서 해방되고 빚이 탕감되며 땅은 본래 주인에게 돌아갔습니다. 희년은 하느님 뜻에 따라 사회 질서가 회복되고 오랫동안 누적된 불평등과 불의가 해소되는 시기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눈먼 이들에게 시력을, 갇힌 이들과 억압받는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시며 그러한 해방의 순간들을 일깨워 주셨습니다(루카 4,16-21 참조). 

 

이 희년의 정신으로 노인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들이 해방을, 특히 고독과 방임으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하게 도우라는 부름을 받습니다. 올해는 이를 실천하기에 적합한 시기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약속에 충실하시다는 사실을 통하여 우리는 노년에도 참행복이 있다는 가르침을 얻습니다. 이러한 노년의 참행복은 진정으로 복음적인 기쁨으로서, 노인들이 흔히 갇히고 마는 무관심의 장벽을 허물어 버리도록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세계 도처에서, 이처럼 사회생활에 의미 있고 풍요로운 구성원을 소외시키고 잊어버리는 데에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속도에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는 온 교회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통하여 명확히 드러날 것입니다. 모든 본당과 조직과 교회 단체는 감사와 돌봄의 ‘쇄신’을 이끄는 주역이 되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사와 돌봄의 ‘쇄신’은 노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그들을 위하여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지원과 기도의 네트워크를 만들며, 잊어졌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희망과 존엄성을 되찾아 주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희망은 언제나 우리에게 더 담대해지고 더 크게 생각하며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지 말라고 다그칩니다. 특히 그리스도의 희망은 우리에게 노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애정을 회복해 주는 변화를 위하여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러하기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그 무엇보다 독거 노인들을 만나는 일로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기념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이 성년에 로마로 순례를 올 수 없는 이들은 ‘고독한 노인들을 그들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 순례한다는 의미로(마태 25,34-36 참조) 적절한 시간 동안 방문한다면, 희년 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교황청 내사원, 2025년 정기 희년 대사 수여 교령, III 참조). 노인 방문은 우리를 무관심과 외로움에서 자유롭게 해 주시는 예수님을 만나는 방법입니다.

 

우리 노인도 희망할 수 있다

 

집회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은 행복하다고 단언하면서(집회 14,2 참조), 우리 삶에서, 특히 그 삶이 길다면, 미래보다는 오히려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요인이 많을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마지막 입원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듯이, “우리의 육신은 약하지만, 그럼에도 그 무엇도 우리가 신앙 안에서 빛나는 희망의 표징이 되어 사랑하고, 기도하며, 자신을 내어 주고, 서로를 위하여 곁에 있어 주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삼종 기도 훈화, 2025.3.16.). 우리는 그 어떤 어려움도 앗아 갈 수 없는 자유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사랑하고 기도할 자유입니다. 모든 이가 언제나 사랑하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우리의 애정, 곧 우리 삶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아내나 남편, 우리의 일상을 환히 밝히는 자녀와 손주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우리의 힘이 쇠약해진다 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실, 이들이 주는 애정은 자주 우리의 기력을 되살리고 희망과 위안을 줍니다.

 

하느님 안에 뿌리내리고 있는 생생한 사랑의 이 표징들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며,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집니다.”(2코린 4,16)라는 말씀을 되새겨 줍니다. 특히 나이 들어갈수록 주님을 신뢰하면서 앞으로 나아갑시다. 우리가 기도와 거룩한 미사를 통하여 주님을 만나며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가정 안에서 그리고 날마다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우리가 수많은 세월 동안 살아온 신앙을 사랑으로 전달해 줍시다. 우리가 언제나 하느님의 선하심을 찬미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더욱더 일치를 이루기를 빕니다. 또한 우리가 멀리 있는 이들, 특히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마음을 활짝 열기를 빕니다. 그렇게 할 때,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희망의 표징이 될 것입니다.

 

바티칸에서
2025년 6월 26일

 

레오 14세 교황

 

<원문: Message of the Holy Father for the 5th World Day for Grandparents and the Elderly 2025, 2025.6.26., 이탈리아어도 참조>

영어: 
https://www.vatican.va/content/leo-xiv/en/messages/grandparents/documents/20250626-messaggio-nonni-anziani.html

이탈리아어: 
https://www.vatican.va/content/leo-xiv/it/messages/grandparents/documents/20250626-messaggio-nonni-anziani.html

 

[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50345?gb=K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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