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2025년 제58회 군인 주일 담화

by 노프란치스코 posted Sep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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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제58회 군인 주일 담화

 

                       2025년 제58회 군인 주일 담화

 

오늘은 58번째로 맞이하는 군인 주일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국토방위에 헌신하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모든 장병의 노고에 깊은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전후방 각지에서 헌신적으로 사목하시는 군종사제들과 협력자 수녀님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종교구의 든든한 버팀목인 군종후원회 회원을 비롯한 모든 신자분의 기도와 물적 후원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1968년도 주교회의에서 군인 주일을 제정할 당시, 군종신부단의 총재셨던 故 지학순 주교님께서는 ‘군 사목의 중대성을 자각하자’라는 내용의 글을 ‘가톨릭 시보’에 기고하셨습니다. “군종신부로 군대에 가봤자 일만 고되고 딱딱한 규율 속에 사니 재미도 없고, 수적으로나 계급적으로나 또한 교회 당국의 후원 면에 있어서도 여러 어려움을 겪으니 고달플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군종신부 한 사람이 잘만 활동하게 된다면 많은 병사에게 신앙적·인격적으로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군 사목을 잘할 수 있도록 신자들의 기도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70년대 초에 시작한 ‘전군 신자화 운동’은 창군 이래 최초의 신앙 부흥 운동이었습니다. 모든 장병이 자기가 원하는 종교 하나씩을 선택하여 신앙을 통해 군 안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던 것입니다. 우리 천주교 역시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여, 1970년부터 1973년까지 6,500여 명의 세례자를 배출하였고 이 시기에 천주교에 입문하여 신앙생활을 시작한 신자들은 오늘날 한국천주교회의 큰 재목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열매를 기억하며 군종사제들은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 힘을 얻어 오늘도 장병들의 영적 선익과 꾸준한 신앙생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야전병원’(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4월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는 야전병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야전병원이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이들을 돌보듯이,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치유하고 위로하는 곳이 우리 교회라는 뜻입니다.

 

 군종교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재 군종사제들은 101명이며, 전후방 각 부대는 물론 레바논(동명)과 남수단(한빛), 그리고 소말리아 해역(청해) 등 해외 파병지에서도 사목합니다. 장병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그들의 정신적·영적 고단함을 덜어주고 격려하는 일에 헌신합니다. 그런데 젊은 병사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군종사제들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병사들의 ‘영적 의사’로서, ‘야전병원’인 교회를 굳건히 지켜 나갈 것입니다. 

환대와 공감으로 함께하는 군종사제의 삶

여러 통계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무종교인과 종교인의 비율을 6대 4 정도로 추정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종교에 대한 무관심은 더욱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군종교구 세례자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 세례자 수는 1만 4천여 명이었으나 팬데믹 영향을 받지 않은 작년에는 8천8백여 명이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본다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선교의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군종사제들은 이렇게 변화하는 현실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사목을 모색합니다. 어떤 때는 사제로, 어떤 때는 삼촌으로, 어떤 때는 형이나 오빠로 장병들 곁을 지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젊은 감각으로 다가가려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주일에 성당에 오는 이들을 따뜻이 환대하고 평일에는 장병들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 나섭니다.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고민도 나누고 때로는 함께 아파하고 격려합니다. 환대와 공감이야말로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 주신”(루카 4,40) 예수님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알리고 전하여라. 땅 끝까지 퍼뜨려라.”(이사 48,20)

군종교구는 지난 4월 1일부터 3일까지 꽃동네에서 ‘제1회 군종교구 청년대회’를 개최하여, 참가한 500여 명의 청년들이 깊은 감동과 신앙의 성숙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전역 후,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꼭 참가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앞으로 우리 군종교구는 특히 병사들이 군 복무 중에 적어도 한 번은 참가할 수 있도록 청년대회를 매년 개최할 예정입니다. 군 복무 중 뜨겁게 체험한 신앙이 전역 이후에도 이어져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젊은이들을 인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쉬는 교우와 비신자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선교에도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군 복무를 하는 젊은이들은 바로 여러분의 아들, 딸들입니다. 이들이 군 생활을 보람되게 해나갈 수 있도록 군종사제들은 늘 동행할 것입니다. 특히 이들을 신심 깊은 하느님 자녀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이 거룩한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끊임없는 기도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군종사제들은 이러한 기도와 지원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장병들을 이끌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충실하겠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축복과 사랑이 여러분의 가정에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5년 10월 12일 군인 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

 

[ 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50440?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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