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교 현장 체험 3: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에서 희망의 씨앗 발견한 주교들, 생물 다양성 보전 의지 다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10월 30일(목) 경상북도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견학하는 ‘주교 현장 체험’을 마련하고, 생물 다양성 회복과 식물 자원 보전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 2025. 10. 30. 생태환경위원회에서 주관한 주교 현장 체험에 참가한 주교들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아빠스)가 주관한 이날 주교 현장 체험에는 조환길 대주교(대구대교구장), 권혁주 주교(안동교구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이성효 주교(마산교구장), 문창우 주교(제주교구장), 김종강 주교(청주교구장), 장신호 주교(대구대교구 보좌주교),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 신부와 위원 등이 함께하였다.

▲ 2025. 10. 30. 허태임 박사가 안동교구 춘양성당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첫 일정으로 허태임 박사(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태복원실 복원지원팀장)가 ‘사라져가는 우리 식물과 이 시대의 돌봄’을 주제로 강의하였다. 허태임 박사는 지구 생태계를 지탱하는 다양한 식물종에 대하여 설명하며 생물 다양성 보전의 시급성을 일깨웠고, 원래 각자의 땅에 살던 생명체들의 서식지를 보호하며 생존권을 지켜 주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한반도 고유의 산림 생물 자원을 보전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수목원의 역할을 설명하였다. 허 박사는 “식물들을 이해하고 한 종 한 종의 생애를 좇는 일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라면서 “수목원은 우리가 현재 처한 문제점을 희망적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곳이므로, 수목원을 둘러 보며 생물 다양성 보호의 희망을 발견하시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기후 변화, 자연 재해, 전쟁 등 지구적 차원의 재앙에 대비하여 종자를 영구 저장하는 ‘시드볼트’(Seed Vault)가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식량 자원 보전을 위하여 작물 종자를 저장하고 있는 반면,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산림으로 분류되는 야생식물 종자를 저장한다. 야생식물은 육상 생태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에 야생식물의 보전은 건강한 지구 생태계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수목원 시드볼트의 종자 저장 규모는 현재 6,180종 288,468점으로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명의 방주’ 역할을 하고 있다.

▲ 2025. 10. 30. 시드뱅크의 김도현 팀장이 주교들에게 시설 소개를 하고 있다.
주교들은 시드볼트 방문에 앞서, 연구 시설인 시드뱅크를 둘러보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시드볼트와 시드뱅크가 한 곳에 있어 종자 연구를 활발히 하고 시드볼트를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금고 개념인 시드볼트와 달리 은행 개념인 시드 뱅크는 연구와 복원을 위해 종자를 출납하고 활용하는 공간으로, 종자 연구와 보전 사업의 중심 역할을 한다. 주교들은 김도현 팀장(야생식물종자실 종자보전팀)에게서 종자가 들어오는 과정, 종자 선별 작업(종자 정선), 발아 연구, 종자 저장법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 2025. 10. 30. 김도현 팀장이 주교들에게 씨앗 발아에 필요한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실험 기기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 2025. 10. 30. 김도현 팀장이 주교들에게 접시꽃 씨앗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하고 색을 입힌 사진을 보여 주고 있다.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는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이 같이 중요한 시설을 국내에서 구축했다는 점에서 긍지를 느끼고, 많은 홍보가 필요하겠다.”라면서 “국민들에게도 이 기관이 널리 알려져,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우리나라의 노력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하였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우리나라가 식물 보전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정말 훌륭하다.”라며 “특히 야생식물 종자를 저장한다는 점에서, 노르웨이보다 더 국제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말하였다. 이어 “교회도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수목원의 기능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라고 언급하였다.

▲ 2025. 10. 30. 주교들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알파인 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시드볼트 방문 이후 알파인 하우스 견학 일정이 이어졌다. 알파인 하우스는 해발 2,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고산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고산냉실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알파인 하우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산식물 보전시설로 동북아 전시관, 중앙아시아 전시관, 세계 식물 전시관까지 총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주교들은 각 전시관에 들러 급격한 기후 변화 탓에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고산식물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 2025. 10. 30. 주교들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서 호랑이 털 견본을 만져보고 있다.
주교들은 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 방문하여,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공간으로서 동물원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였다. 백두산 호랑이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멸종 위기종 보호의 상징이다. 수목원은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여 호랑이들이 야생성을 지키도록 하고 호랑이들의 습성을 연구하며 ‘서식지 외 보전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 2025. 10. 30. 주교들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서 태범이와 무궁이 호랑이 남매를 바라보고 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백두대간국립수목원이 우리나라 국토에 잘 맞게 산림 자원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며 “멸종 수종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오늘 큰 공부를 하며 다시금 의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고, 생태 보전을 위해 교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느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많은 식물이 멸종되는 상황을 알고 이를 우려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이에 대비하고 있는 구체적인 모습을 본 것 같아 의미가 깊었다.”라면서 “혹여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시설을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고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럽다.”라고 말하였다.
전체 일정을 동행한 허태임 박사는 “교회가 펼치고 있는 많은 생명 평화 운동들의 작은 움직임이 연대로 이어지며 더욱 큰 운동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였다. 이어 “많은 분이 우리의 토종 씨앗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가톨릭 농민회를 통한 토종 종자 기탁 등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라고 희망하였다.

▲ 2025. 10. 30. 주교 현장 체험 참가자들이 안동교구 춘양성당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