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미사의 영성 (3) 전례 시간의 의미 : 오늘
살아있는 모든 것은 오늘을 살아갑니다. 무언가 오늘을 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살아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받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신앙인의 ‘오늘’도 단지 측정 가능한 시간적 의미의 하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신앙인들의 살아있음은 항상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에 그들의 오늘은 언제나 하느님과 연관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모든 오늘은 늘 하느님께 자신을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이 됩니다.
이러한 오늘 하루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이 있다면, 아침과 저녁입니다. 아침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요한 1,9)이시고, “높은 곳에서”(루카 1,78) 솟아오르는 “의로움의 태양”(말라 3,20)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연관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아침은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며 우리 자신을 그 신비에 내어 맡기는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모든 오늘의 시작을 부활의 신비 속에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녁은 하루가 끝나고 하느님께 자신이 받은 은총에 대해 감사드리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우리는 특별히 최후의 만찬과 주님 십자가의 신비를 기념하게 됩니다.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신 주님의 놀라우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며 그 사랑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면서 작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또한 동시에 미래의 부활을 상징하는 새로운 아침을 기다립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아침, 저녁으로 바치는 기도는 그리스도 사랑의 신비에 우리를 참여시키는 모습이 됩니다. 해돋이에서부터 해넘이까지 스며든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부활의 신비에 나의 오늘을 맞춰가는 과정이 됩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내 뜻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하느님 뜻에 맞추는 과정이 바로 우리의 모든 ‘오늘’ 안에서 바치는 기도의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시간이 성화됩니다. 우리의 유한한 오늘이 하느님의 영원한 오늘에 참여하게 됩니다. 우리의 모든 오늘은 은혜로워지고, 거룩해집니다. 이렇게 우리는 모든 ‘오늘’을 그리스도의 부활 신비 안에서 새롭게 살아갑니다.
[2022년 2월 20일 연중 제7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