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미사의 영성 (4) 전례 시간의 의미 : 주일
2세기경 유스티노의 「호교론」 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는 태양의 날에 언제나 모인다. 이 날은 하느님이 어둠으로부터 질료를 끌어내어 세상을 창조하신 첫날이자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로부터 부활하신 날이기 때문이다.”(유스티노, 「호교론」 1,67 참조)
여기서 말하는 태양의 날이란 어떤 날일까요? 짐작하시다시피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일요일을 말합니다. 하지만 신앙인들은 이날을 참된 빛이요 태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하여 ‘주님의 날’, 즉 ‘주일’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그러니까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신앙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지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의 전통 안에서 주일을 ‘주님 부활의 기념일’, ‘제8일’, ‘주간의 첫째 날’ 등으로 부르곤 하는데, 이러한 주일의 명칭은 각각 ‘믿음’, ‘희망’, ‘사랑’과 연관이 되기도 합니다.
첫째로, ‘주님 부활의 기념일’이라는 명칭은 ‘믿음’과 연관됩니다. 주님의 파스카 신비로부터 탄생한 교회는(전례 헌장 5항 참조), 주님께서 부활하신 주일에 이러한 파스카 신비를 특별히 기념합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 신비는 우리 신앙의 근본을 이룹니다. 주님 부활의 신비가 없다면, 우리 신앙도 의미를 잃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히 주님께서 부활하신 주일에 그 신비를 믿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제8일’이라는 명칭은 ‘희망’과 연관됩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한 주간을 7일로 나누는데, 이 시간 속에 존재하지 않는 제8일은 영원함을 상징하면서 종말론적 희망의 표현이 됩니다. 즉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는 모습이 ‘제8일’이라는 표현에 녹아 있는 것입니다.
셋째로, ‘주간의 첫째 날’이라는 명칭은 ‘사랑’과 연관됩니다. 이날은 세상 창조 때 하느님께서 당신 사랑으로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신 날입니다. 또한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날입니다. 이러한 날에 우리는 함께 모여 하느님 사랑의 말씀을 듣고, 사랑의 성찬례를 봉헌하며 주님 사랑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특별히 주일의 은총 안에서 새롭게 창조되고 주님과 함께 부활하여,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통해 우리의 부활을 살아갑니다.
[2022년 3월 6일 사순 제1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