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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와 미사의 영성 (6) 전례 시간의 의미 : 성탄 시기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요한 1,14)

 

해마다 성탄이 되면 우리는 요한 복음의 이 말씀을 듣습니다. 나약하고 죄 많은 우리를 위하여 죄 말고는 우리와 같은 처지가 되어 오신 주님의 사랑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성탄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스스로 낮아지셔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사랑이 성탄의 의미입니다. 우리의 모든 슬픈 ‘아니오’를 그분 사랑을 통해 기쁨의 ‘예’로 만드시는 날이 성탄인 것입니다.

 

이러한 구세주의 탄생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약 4세기경부터입니다. 당시 페르시아의 ‘빛과 진리의 신인 미트라 신’을 숭배하던 로마의 풍습에 대항하여 ‘태양의 날’ 축제일인 12월 25일을 ‘참된 빛이요 태양이신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정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동방 교회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성탄의 의미로 생각하여 성탄을 1월 6일이나 1월 1일 다음에 오는 주일에 지냅니다.

 

무엇보다 성탄의 의미가 함축적으로 드러난 것은 성탄 축일에 봉헌하는 세 번의 미사(밤 미사, 새벽 미사, 낮 미사) 전례에 담긴 신학입니다. 이는 교황 그레고리오 1세(590-604)의 강론에서 유래한 것으로 먼저 ‘밤 미사’에서는 바로 오늘 밤 구세주의 탄생을 통해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구원의 은총을 얻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새벽 미사’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목자들이 아기 예수님을 방문하여 경배드리는 모습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의 참된 목자이자 빛이심을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낮 미사’에서는 한 처음부터 계셨던 말씀이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보이는 사랑이 이뤄졌음을 말하며 이제 우리의 구원이 시작되었음을 전해 줍니다.

 

이러한 성탄 시기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이 있다면 바로 구유입니다. 구유는 성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동료들과 함께 1223년 로마 근교 그레치오(Greccio)라는 작은 마을에서 생활하시다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신비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이 구유에는 이방인을 표현하는 당나귀와 유대인을 표현하는 황소를 한 마리씩 놓으면서 구세주의 탄생이 모든 민족에게 기쁨과 희망이 됨을 알려 주고자 하였습니다.

 

이처럼 전례와 신심 행위 안에 드러난 주님의 성탄은 우리의 어둠 속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여 줍니다. 그 빛은 우리의 어둠을 없애고 거두어 가는 빛이 아니라, 그 어둠 속으로 들어와 함께하는 사랑의 빛입니다. 그래서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건네는 빛과 사랑의 언어입니다.

 

[2022년 3월 20일 사순 제3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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