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미사의 영성 (7) 전례 시간의 의미 : 사순 시기
삶을 살아가며 누구나 힘겨움과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내 삶의 메마른 광야와도 같은 시간들입니다. 그 시간들을 보내며 우리는 어찌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 헤매기도 하고 두려움과 불안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메마른 광야라도 어딘가에 하나쯤 솟아나는 샘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다시 길을 나서야 합니다.
신앙인들에게 메마른 삶의 광야에서 다시 샘물을 찾아 나서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사순 시기입니다. 사순 시기는 내 삶의 고통과 슬픔이라는 메마른 광야를 느끼는 시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광야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생명의 샘물을 찾아 나서는 시기입니다. 내 삶이 마냥 힘겹고 슬픈 것만은 아님을, 그래서 그 고통과 두려움 안에서도 혼자가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바로 사순 시기입니다.
이러한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에서부터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 전까지 이뤄집니다. 그리고 해마다 사순 시기가 되면 모든 신앙인들은 단식과 자선과 기도를 통해 부활을 기쁘게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의 복음도 부활을 잘 준비하기 위한 내용으로 이뤄집니다. 사순 제1주일 복음은 광야에서 예수님께서 겪으신 유혹에 대해서, 사순 제2주일 복음은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사순 제3~5주일의 복음은 가, 나, 다해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가해 사순 제3~5주일의 복음은 세례성사를 받으려는 예비 신자들과 부활을 준비하는 신앙인들을 위한 교리교육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순 제3주일 복음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예수님께서 진정한 생명의 물이심을(요한 4,5-42), 사순 제4주일은 태생 소경의 치유를 통해 우리 삶의 참된 빛이신 주님에 대해(요한 9,1-41), 그리고 사순 제5주일은 라자로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요한 11,1-45) 우리의 부활은 오직 주님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음을 알려 주면서 그 부활의 기쁨을 준비시키는 것입니다.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는 내가 누구이고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를 잠시 멈춰 돌아보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는 더 가볍게 살기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더 용서하고 더 사랑하며 살기를 연습하는 날들입니다. 내 삶의 메마른 광야에 주목하기보다, 그 안에 숨겨진 생명의 물을 찾아 나서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부활을 맞이할 것이고 영원한 생명의 물을 기쁘게 마시게 될 것입니다.
[2022년 3월 27일 사순 제4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