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미사의 영성 (10) 전례 시간의 의미 : 연중 시기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삶을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히 전례와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게 됩니다. 축복은 사전적 의미에서 ‘앞으로의 행복을 빌어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며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참된 행복은 오직 하느님만을 선택하고, 그분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연중 시기는 하느님의 축복 안에서 신앙인 일상의 행복을 살아가는 시기입니다. 특별히 주님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 쉬게 하고 그 신비의 기쁨을 삶 속에 녹아들게 하는 시간들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연중 시기에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전체적으로 경축합니다.
이 시기는 1년 중 고유한 특성을 지닌 시기(가령 대림, 성탄, 사순, 부활 시기)를 제외한 33~34주간을 일컫습니다. 이 시기는 성탄 시기 후부터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전까지, 그리고 부활 시기 다음부터 대림 시기 전까지 두 기간으로 나눠 이뤄집니다. 이렇게 연중 시기는 두 기간으로 나눠지는데, 실제 연중 시기 기간이 33주간인 경우 연중 시기를 항상 ‘연중 제34주’로 마치도록 하기 위해 사순 시기 이전에 끝난 연중 주간과 부활 시기 이후 시작되는 연중 주간 사이의 한 주간을 건너뛰기도 합니다. 가령 연중 기간이 33주간일 경우 사순 시기 전에 연중 7주로 마쳤다면 부활 시기가 끝난 다음에는 연중 8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해를 ‘연중 제34주’로 통일하기 위하여 연중 9주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연중 시기의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나라 선포와 가르침, 그리고 그분께서 당신께 희망을 두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고 계심을 알려줍니다. 따라서 이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구원 역사를 기념하고 살아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중 시기를 나타내는 전례적인 상징색은 ‘녹색’인데 이는 생명, 평화와 희망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평화와 희망은 단지 인간적인 평화와 희망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 안에서 일상을 살아갈 때 참된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즉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하심으로 누리는 평화와 희망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우리의 일상은 ‘녹색’의 상징이 드러내는 것처럼 늘 생명의 푸르름을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2022년 4월 24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