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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와 미사의 영성 (12) 전례 공간의 의미 : 감실(龕室)

 

 

성당에 처음 오신 예비 신자분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감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슨 금고 같기도 하고, 커다란 보석 상자처럼 생긴 저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러다 예비자 교리를 받고 성체성사에 대해 알게 된 후에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것을 감실이라 부르며, 그 안에 세상 그 어떤 보물과도 비할 수 없는 귀한 성체가 모셔져 있다는 것을...

 

감실은 이렇게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모셔둔 작은 방, 또는 작은 함(函)을 말합니다. 이러한 감실 안에는 성체포가 깔려 있으며, 그 위에 성체를 담은 성합(聖盒)이 놓여 있습니다. 이렇게 성체를 따로 모셔둔 이유는 초기 교회 때 질병이나 혹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미사에 참례하지 못한 신자들에게 성체를 영해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4세기경 니케아 공의회(325년)에서 병자성사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임종자를 위한 성체 규정이 정해지면서 성체 보관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었고, 4~5세기경 성당 안에 성체를 모시기 시작합니다. 이후 제4차 라테란 공의회(1215년)에서는 성체의 안전을 위해 감실을 열쇠로 잠그도록 하였으며, 13세기경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실제적인 안전성을 고려한 벽면 감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견고한 금속으로 감실을 제작하고 적절한 장식을 통해 성체의 존엄성을 드러내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감실의 위치와 관련하여 교회에서는 제대 위가 아닌 제단 안이나, 가능하면 성당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으로 조배하고 기도하기에 알맞은 경당에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미사경본 총지침 315항 참조) 하지만 현실적으로 별도의 경당을 마련하기 어려울 경우 성당 안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모시도록 권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잘 띄는’ 자리라고 해서 무조건 성당 중심에 모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가 현재화되는 제대가 성당의 가장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감실은 제대의 중심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 고귀한 위치를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감실은 그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제대 위에서 거행되는 성찬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감실은 미사가 거행되지 않는 시간에 신자들이 성체 안에 계신 주님을 흠숭하고,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도록 이끄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구약의 성막(聖幕, 탈출 26,1-14)이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는 장소가 되었던 것처럼, 오늘날 삶의 광야를 걸어가는 우리에게 감실은 주님의 현존과 파스카 신비를 기억하도록 이끄는 길이 되어줍니다.

 

[2022년 5월 8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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