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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와 미사의 영성 (13) 전례 공간의 의미 : 독서대

 

 

삶을 살아가면 때때로 누군가 아무 뜻 없이 던진 말이 계속 마음을 아프게 할 때가 있습니다. 만약 그 말이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나 지난 시간의 상처와 연관이 되어 있다면 더더욱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곤 합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내 삶은 왜 이럴까...’ 하고 의기소침한 상태였는데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생각지도 못한 나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 줄 때 뭔가 다시 힘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삶을 살아갈 또 다른 작은 희망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무심코 건네는 말도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도 하는데, 만약 하느님께서 나에게 어떤 말씀을 건네신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 말씀이 너무나 감사해서 오직 그 말씀 하나만으로도 온종일, 아니 한 평생을 기쁘게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말씀의 은총을 특별히 미사 때 말씀 전례를 통해서 얻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의 은총을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독서대입니다. 독서대는 하느님 말씀이 선포되는 곳으로, 복음과 강론을 중심으로 한 말씀 전례는 바로 이 독서대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아울러 화답송과 보편 지향 기도도 독서대에서 하도록 권장됩니다. 이러한 독서대에 대해 교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백성과 함께 드리는 미사에서 성경 봉독은 언제나 독서대에서 한다. 따라서 제대나 해설대에서 하지 않도록 한다. 독서대는 말씀의 식탁으로서 성당 안에서 제대와 함께 전례적으로 가장 중심적인 자리이다.”(미사경본 총지침 58항; 간추린 미사전례지침 p.18 참조)

 

그렇습니다. 제대가 성찬의 식탁이라면 독서대는 말씀의 식탁을 이룹니다. 그래서 독서대는 성당 안에서 말씀의 품위에 걸맞게 모든 교우가 쉽게 볼 수 있고, 선포되는 말씀을 잘 들을 수 있는 곳에 설치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말씀의 식탁이라는 의미에 맞춰 독서대를 이루는 재료도 제대와 조화를 이루는 고상하고 튼튼한 재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독서대는 전례 안에서 제대와 짝을 이뤄 하느님의 백성에게 구원의 신비를 알려 주며,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을 말씀으로 거룩하게 하고, 미사라는 완전한 제사 안에서 구세주 그리스도의 현존을 특별히 말씀 선포를 통해 전해 주게 됩니다. 그래서 제대가 하나인 것처럼 독서대도 하나만 설치하게 되며, 이를 통해 말씀 전례(독서대)와 성찬 전례(제대)가 짝을 이뤄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인 미사 안에서의 은총이 전해지는 것입니다. 미사 안에서 ‘선포되고 거행된 말씀’은 이제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있는 말씀’이 되어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2022년 5월 15일 부활 제5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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