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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와 미사의 영성 (15) 미사의 영성 : 입당

 

 

복음 말씀을 읽다 보면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고쳐주시는 장면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병자들을 고쳐주실 때 예수님께서 종종 그 병자들에게 일어나 걸어가라고 명령하실 때가 있습니다. 벳자타 못 가에서 38년 동안이나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며 병들어 있던 이에게도,(요한 5,1-9 참조) 그리고 평상에 누워있던 중풍 병자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십니다.(마태 9,1-8; 마르 2,1-12; 루카 5,17-26 참조) 그들에게 걸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두 다리로 어딘가를 향해 움직인다는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월 질병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던 그들에게 걸어간다는 것은 죄스러운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 자신의 오늘을 살아가도 된다는 허락이며, 새로운 삶의 시작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내 삶은 왜 이럴까... 왜 나를 둘러싼 환경들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 그렇게 원망과 불평 속에 머물렀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탈출과도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도 주님을 통해 일어나 걸어갑시다. 매 미사를 시작하면서 지난 시간의 어둠과 슬픔에서 일어나 하느님을 향해 걸어갑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원망의 동굴’ 로부터, 그리고 나를 슬프게 만드는 ‘두려움의 장막’ 으로부터 벗어나 ‘믿음의 집’ 으로 하느님을 향해 노래하며 걸어갑니다. 이천 년 전 십자가 죽음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우리도 함께 걸어갑니다. 그리고 이때 입당 성가는 미사 거행을 시작하고,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굳게 하며, 전례 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우리의 마음을 이끌어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시킵니다.(미사 경본 총 지침 47항 참조) 그 순간, 지금 여기서 재현될 구원의 희생 제사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리라는 것을 굳게 믿으며 주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십자 성호를 그으며 내가 세례를 받았던 기억과 하느님께 사랑받았던 순간의 감사를 불안한 내 삶 속에 새롭게 새깁니다. 나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니 아무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그렇게 내 삶 속에 십자 성호를 새깁니다. 그리고 그 십자 성호를 통해 그분의 은총이 내 시간 속에 스며들길 기도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지난 자신을 벗어버리고 하느님 앞으로 걸어 나갑니다. 그 발걸음마다 그 옛날 38년 동안 병들어 있었던 벳자타 못 가의 병자와 중풍 병자에게 하셨던 말씀, 일어나 걸어가라 하셨던 바로 그 말씀이 이제는 내 삶에도 들려오길 청해 봅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기쁜 오늘을 걸어가길... 내 삶의 발자국마다 은총의 순간들로 가득하길... 미사를 시작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2022년 5월 29일(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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