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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와 미사의 영성 (33)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것

 

 

개신교를 다니다 개종해서 성당에 나오기 시작하신 분들이 가끔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 장로님과 집사님이 서로 가서 어디서 오셨냐고, 잘 오셨다고 반갑게 인사도 하고 따뜻하게 맞아 주는데, 천주교 신자들은 다들 점잖으셔서 그런지 새로운 사람이 보여도 힐끔 쳐다보고 마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청소도 안 된 집에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친 것처럼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아니야,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마리아처럼 내적 신앙생활에 좀 더 익숙할 뿐이야’라고 애써 위로해 보지만, 뭔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천주교 신앙인은 내적 신앙 성숙에만 애쓰는 사람들일까요? 또한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가 신앙생활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뭘까요?

 

이와 관련하여 교회 헌장 11항에 성체성사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 헌장은 성체성사를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라고 말합니다. 즉 우리 신앙생활의 출발점도 성체성사이며, 지향점도 역시 성체성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신앙생활은 무엇보다 성체성사의 사랑으로부터 시작해야 하고, 더불어 늘 성체성사의 사랑을 지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처음에 언급했던 개신교 신자와 천주교 신자의 태도 차이와 관련하여 성체성사가 우리에게 전해 주는 은총의 모습 중에 이중적(二重的) 친교(communio)의 모습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의 이중적 친교는 먼저 하느님과의 친교와 일치를 말하고, 다음으로 다른 이들과의 영적 친교를 말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성찬례 안에서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은 사람”(2베드 1,4)이 되고, 하느님과 참된 친교를 나누게 됩니다. 예수의 데레사 성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특별히 영성체를 통해 하느님과의 친교와 일치를 이룹니다. 또한 이러한 친교를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깊이 새겨지고 머무르게 되는 것입니다.

 

성체성사의 사랑 안에서 하느님과의 친교가 진정으로 이뤄질 때 이제 다른 이들과 참된 친교를 이루는 것 또한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친교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성체성사의 은총은 그리스도와의 일치뿐 아니라 신앙인 사이의 일치를 드러내고 튼튼하게 합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도 이런 측면에서 성체성사를 ‘일치의 표지와 사랑의 끈’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어떤가요? 우리가 정말 하느님과의 참된 친교와 일치 안에 살아가고 또 그러하기를 바란다면, 개인적 신앙 성숙도 중요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다른 이들과의 영적 친교에도 또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2022년 10월 30일(다해) 연중 제31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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