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조회 수 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전례와 미사의 영성 (35) 성령 청원(Epiclesis)과 일치

 

 

“오, 예수님, 거룩해진다는 건 얼마나 쉬운지요. 선의만 조금 있으면 되니까요. 예수님은 영혼 안에서 매우 작은 선의라도 발견하시면 서둘러 당신을 영혼에게 주십니다. 그때는 영혼의 잘못도, 넘어짐도, 그 어느 것도 예수님을 가로막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매우 관대하시며 아무한테도 당신 은총을 거절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청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시기까지 하는 분입니다. 성덕에 이르는 지름길은 성령의 영감에 충실히 머무는 것입니다”(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일기 中).

 

성녀 파우스티나의 이 아름다운 말씀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가 거룩해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거룩함의 샘”(감사 기도 제2양식 참조)이신 아버지 하느님의 거룩함에 성령의 은총을 통하여 참여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사 때 바치는 성찬 기도문(감사 기도 제2양식)에는 두 군데에서 성령의 은총을 청하는 부분(Epiclesis)이 나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봉헌한 예물(빵과 포도주)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길 청하면서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라고 사제가 청원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는 “신앙의 신비여”를 노래한 후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어 성령으로 모두 한 몸을 이루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부분입니다. 처음에 언급된 성령 청원은 성령께서 예물(빵과 포도주) 위에 내리길 바라는 것이라면, 두 번째 성령 청원은 성령께서 신자들에게 내리길 바라는 모습이 됩니다.

 

이렇게 성령을 청하는 부분에서 그 대상은 ‘빵과 포도주’(첫 번째)와 ‘신자들’(두 번째)로 다르지만, 이 성령 청원을 통해 지향하는 의미는 서로 연결됩니다. 즉 성령을 통해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고, 그 몸과 피를 받아 모시게 될 이들 또한 성령의 은총 안에서 그리스도의 지체(몸과 피)로 하나 되어 살아가게 해 달라는 청원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성령의 은총 안에서 성체를 받아 모시게 될 신자들은 그리스도 안에 하나가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령께서 우리에게 전해 주시는 아주 중요한 은총의 내용을 발견합니다. 바로 “그리스도와의 일치”입니다. 그리스도와 참으로 일치될 수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이들과도 화해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으며,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참된 사랑의 샘이시기 때문이며, 우리의 구원 또한 그분과 얼마나 일치하는 삶을 사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무엇보다 성령의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그럴 수 있을 때 성모님께 들려왔던 말씀이 언젠가 우리에게도 전해질 것입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루카 1,35).

 

[2022년 11월 13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 [담화] 2023년 제56회 군인 주일 담화 노프란치스코 2023.09.12 10
68 16일, 바티칸에서 김대건 신부 성상 축복식 가져 노프란치스코 2023.09.12 7
67 [담화] 2023년 제97차 전교 주일 교황 담화 노프란치스코 2023.08.29 11
66 전례와 미사의 영성 (43) 마침 강복과 파견 사무장 2023.08.26 13
65 전례와 미사의 영성 (42) 영성체 사무장 2023.08.26 8
64 전례와 미사의 영성 (41) 하느님의 어린양 사무장 2023.08.26 10
63 전례와 미사의 영성 (40) 성체를 쪼갬 사무장 2023.08.26 11
62 전례와 미사의 영성 (39) 평화의 인사 사무장 2023.08.26 10
61 전례와 미사의 영성 (38) 영성체 전 ‘주님의 기도’ 사무장 2023.08.26 9
60 전례와 미사의 영성 (37) 미사 지향 사무장 2023.08.26 26
59 전례와 미사의 영성 (36) 미사 안에서의 기념(Anamnesis) 사무장 2023.08.26 4
» 전례와 미사의 영성 (35) 성령 청원(Epiclesis)과 일치 사무장 2023.08.26 4
57 전례와 미사의 영성 (34) 성변화는 언제 일어나는가? 사무장 2023.08.26 9
56 전례와 미사의 영성 (33)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것 사무장 2023.08.26 4
55 전례와 미사의 영성 (32) 성체성사와 성찬례 사무장 2023.08.26 4
54 전례와 미사의 영성 (31) “감사함”, 은총을 담는 빈 그릇(감사송) 사무장 2023.08.26 3
53 전례와 미사의 영성 (30) 예물 봉헌 II 사무장 2023.08.26 4
52 전례와 미사의 영성 (29) 예물 봉헌 I 사무장 2023.08.26 12
51 전례와 미사의 영성 (28) 기도드림(보편 지향 기도) 사무장 2023.08.26 5
50 전례와 미사의 영성 (27)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 사무장 2023.08.26 3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