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미사의 영성 (42) 영성체
첫영성체를 하는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뭘까요? 아마도 성체가 어떤 맛일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다가 성체를 모신 후 자신들의 기대와 사뭇 다름에 살짝 당황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정성스럽게 성체를 모시고 두 손 모아 정성 어린 기도를 바치곤 합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모신 것이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죠. 그런데 이미 이전부터 성체를 모셔 온 우리는 평소에 얼마나 경건하고 정성된 마음으로 영성체를 하고 있나요?
나 자신이 얼마나 정성되이 성체를 모시는가를 스스로 돌아보는 하나의 유용한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공심재(공복재)를 지키는 모습입니다. 공심재(공복재)는 영성체하기 한 시간 전에 음식을 먹지 않고(물과 약은 제외) 성체를 모실 준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나 자신을 비움으로 주님을 모실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비움이란 신체적인 공복 상태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준비시키는가가 더 중요한 모습이 됩니다.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은 욕심과 미움, 삶에 대한 불평들을 비워낼 수 있는 모습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심재의 기본 정신은 성경 말씀처럼 깨어 기도하는(루카 21,36 참조) 가운데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간혹 경건한 영성체를 위해 손이 아닌 입으로만 성체를 모셔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손으로 성체를 모시는 방식과 입으로 성체를 모시는 방식, 둘 다 가능합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161항 참조). 그러니 꼭 입으로 모시는 방식만이 성체를 경건하게 모시는 모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영성체와 관련하여 특히 사제가 모신 큰 성체를 본인도 모실 수 있는가에 유난히 신경 쓰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성체는 그 크기와 모양에 상관없이 항상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러니 사제가 모신 큰 성체 조각에 더 큰 은총이 깃들어 있고, 작은 성체에 작은 은총이 깃든 게 아닙니다. 모두 똑같이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는 성체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성체를 받아 모시는 내 존재의 모습입니다. 성체의 은총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준비된 모습으로 성체를 모시는가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모시는 영성체에 참여하는 모든 이는 같은 성체를 나누어 모심으로써 한 몸을 이룹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83항 참조). 이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와 일치하고(수직적 측면), 같은 성체를 받아 모신 다른 이들과도 사랑 안에 일치하는(수평적 측면) 신앙의 신비를 살아갑니다. 그리고 정성되이 기도합니다. “주님, 이 세상에서 저희가 주님의 보배로우신 몸과 피를 받아 모셨으니, 주님과 하나 되어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영성체 후 기도’).
[2023년 2월 5일(가해) 연중 제5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