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담화문
교형 자매 여러분,
2024년 부활축일을 맞이하여 주님의 은총을 기원합니다. 금년 부활절에도 예수님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다시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봄기운처럼 삶의 무미건조함을 뛰어넘고 기쁨의 신앙생활로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스승의 죽음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의욕을 상실했던 그들이었지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 변화됩니다.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는 죽음도 겁내지 않는 사도로 바뀌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요? 부활의 스승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 예수님의 힘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받아야 합니다. 우리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의 힘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신앙생활이 달라집니다. 삶이 달라집니다. 예수님께 청원의 기도를 바칩시다. 미사성제가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자주 미사에 참여하여 그분께서 주시는 생명의 힘을 받고 느끼고 간직하며 살아갑시다.
슬픔에 억눌렸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뒤 기쁨의 사람으로 바뀝니다. 평생을 그렇게 사셨습니다. 의심하던 토마스 역시 부활하신 스승을 만났기에 불신의 강을 건너갔습니다. 상처를 확인하지 않고선 믿지 않겠다고 했던 분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진실의 증거자로 사셨습니다.
신앙인인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면 바뀝니다. 모르는 사이 삶은 밝아지고 우리를 감싸고 있는 환경도 달라집니다. 부활의 은총입니다.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부활하신 그분의 힘을 체험해야 합니다. 2024년 부활 시기 우리가 해야 할 과제입니다.
가끔씩 그분을 만나십시오. 성체성사 안에 현존해 계십니다. 기도하며 찬양하는 모임이면 그분께서는 오십니다. 가장 작은 이들 안에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한 번쯤 힘든 이웃과 따뜻함을 나누십시오. 본당 모임에선 예수님 만남을 먼저 생각하십시오. 미사 때는 영성체 시간을 기다려 보십시오. 가까이 계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부활의 예수님을 체험한 사람은 세상 모든 것을 체험한 사람과 같다고 했습니다. 한 차원 달라진 삶을 깨닫게 된다는 말입니다. 많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부활의 힘이며 부활의 은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주 나타나셨습니다. 함께 식사도 하셨고 함께 다니기도 하셨습니다. 부활사건을 각인시켜 주기 위한 배려였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면서 바뀝니다. 처음엔 그분을 못 알아봤습니다. 포기와 체념의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이 뜨겁지 않았던가!’ 예수님과 함께 있었음을 알게 된 뒤 그들이 했던 말입니다. 하지만 떠나신 뒤였습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마음은 그분께서 주신 은총이었습니다.
엠마오 제자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예수님 부활사건을 수없이 듣고 읽고 묵상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엠마오 제자처럼 뜨거움을 만나야 합니다. 현실의 고통을 십자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가능해집니다. 십자가를 알게 되면 부활의 주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이 뜨겁게 타오르지 않았던가!’ 루카 복음 24장 32절이 현실로 다가오게 됩니다.
부활신앙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영생에 대한 갈망도 흐려지고 있습니다. 물질 만능주의와 자유화의 물결이 강한 탓입니다. 결과는 가난과 부의 극단적인 양극화입니다. 절제가 사라진 개인주의의 난무입니다.
십자가를 모르면 부활사건을 알 수 없습니다. 십자가는 고통입니다. 억울함입니다. 그 고통과 억울함을 주님께서 주시는 것으로 여길 때 십자가를 아는 것이 됩니다. 십자가를 알고 받아들이면 부활은 깨달음으로 다가옵니다. 부활은 반전입니다. 상상도 못 했던 상황들의 반전입니다. 2024년 부활 시기 다시 체험하며 만나야 할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던 여인들에게 천사는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코로나 사태는 끝났지만 상황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두려워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하늘의 힘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예수님께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살면서 고통받고 있는 많은 분들께 그분의 따스한 손길을 기원합니다.
2024년 3월 3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마산교구 교구장 서리 신은근 바오로 신부
[ 출처 : http://cathms.kr/board_1/17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