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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한국 천주교회의 호소문

의료 갈등 방치는 더 이상 안 됩니다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공공 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하여 지난 2020년부터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의사 단체의 파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논의가 중단되었고, 올해 다시 정책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정부와 의사 단체 사이의 갈등이 8개월 넘게 지속되며, 그 골이 깊어져 심각한 의료 공백 사태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얽힌 실타래처럼 정말 심각합니다!

 

우리 주교단은 정부와 의사 단체가 초심으로 돌아가, “인간의 근본 가치인 생명과 건강에 봉사하는 일”(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새 의료인 헌장』, 1항)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추어 갈등을 해결할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높은 의료 수준과 전 국민 건강 보험 제도를 기반으로 폭넓은 의료 접근성이란 큰 성과를 거두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몇 가지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의료 인력이 특정 지역과 분야에 집중되는 불균형, 의료 기관 간의 과도한 경쟁,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그동안 이어져 온 저수가 정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수가 정책으로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왜곡된 진료 형태가 발생하며, 이는 의료 인력 배출과 분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현장 의료인의 전문적인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의료 수가의 조정 없이 단순히 정원 확대만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언론 또한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언론은 의료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지 못하고,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 대신 표면적이고 갈등 중심적인 보도로 의사 단체와 정부 사이의 갈등을 부각시킴으로써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이 갈등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이는 바로 환자들과 그 가족들입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대형 병원의 의료 인력 부족이 현실화되었고, 남은 의료진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전임의는 “필수 의료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남아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어려움을 토로하였습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문제의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으나, 의사들 또한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축소된 의대 정원에 대하여 어느 정도 증원할 수밖에 없음을 애써 외면하며 반발하여 온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의료계 각 주체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대 의견만을 내세우기보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 주고 우리 의료 시스템을 건전하게 지켜나가기 위하여 대화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행히도 지난 22일 의료계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발족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현재 의료 시스템이 직면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하여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정부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며, 의료계 또한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나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 “생명의 수호자이자 봉사자”(『새 의료인 헌장』, 결론)로서,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강력히 호소하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4년 10월 2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조환길 대주교
위원 정순택 대주교
조규만 주   교
김선태 주   교
이성효 주   교
박현동 아빠스

 

[ 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42429?gb=K1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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