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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평화의 순례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2025년 을사년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 맞이한 해방은, 빼앗긴 주권을 되찾고자 죽음까지 각오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한 이들뿐 아니라 모든 민족의 희생과 투쟁으로 이루어 낸 역사적 결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광복은 1948년 한반도의 분단으로 완성되지 못한 독립으로 남아 현재까지 아픈 역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벅찬 마음으로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단 80여 년을 아파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가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이루는 데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고민하기를 당부합니다.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비슷한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와 그 뒤에 벌어진 일들도 위기와 기회가 잇따랐습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사회는 불안의 연속이었지만, 국민 대다수가 헌정 질서 수호를 위하여 일상의 불편을 참고 묵묵히 정의를 실천하며 위기에 대응하였습니다. 한국 사회는 폭력이 아닌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 덕분에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가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 보고 또 경험하였습니다.

 

2, 3년 전부터 이어진 남북한의 대치와 갈등은 멈출 줄 모르는 시계추와 같았고, 지난해에 적대적으로 주고받은 무인기와 전단지와 오물 풍선은 서로 증오심만을 키웠습니다. 남북한이 상대를 도발하려고 하였던 일들은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로까지 몰아갔습니다. 우리는 일상의 평화가 얼마나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3월 한국 보건 사회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사회 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Ⅺ)』에 따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불신과 갈등의 늪’이었습니다.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갈등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으로, 세대나 젠더(사회적 성) 또 빈부 갈등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이는 오랜 분단의 시간 동안 쌓인 이념 갈등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거리와 광장뿐 아니라 국회와 사법 기관에서도 이해와 대화보다는 혐오와 비방으로 뒤엉킨 현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정서적 내전 상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그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겨울부터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분단 80여 년 동안 쌓인 이념의 갈등을 압축해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저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폭력과 증오가 아닌 평화와 화해의 길을 이룩하고자 하였던 모든 이를 기억하며, 한반도 분단이 남긴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거두어 낼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난 4월 21일 천상의 여정을 시작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당신의 사명에 충실하시어 남기신 로마와 전 세계에 전하는 부활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부활의 빛은, 분열을 만들고 정치적 경제적 상처를 남기는 모든 장벽을 허물라고 우리에게 촉구합니다. 서로 돌보고, 연대하며, 모든 인간의 온전한 성장과 발전을 증진하도록 마음과 힘을 모으라고 우리를 일깨웁니다.” 또한 “사랑이 증오를 이겼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참이 거짓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복수를 이겼습니다.”라고도 말씀하시며 그리스도의 부활이 바로 우리 희망의 밑바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80년이라는 한반도 분단의 역사도, 그리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드러난 갈등도 모두 분단과 분열에서 비롯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 신앙으로 이 모든 갈등을 이겨 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교회가 선포한 희년입니다. 이 희년의 주제가 ‘희망의 순례자들’입니다. 모든 갈등을 이겨 낼 수 있는 첫걸음은 이 갈등을 풀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희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울림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화해의 손을 내밀어 봅시다. 주님께서는 이 화해의 손길 안에서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하루빨리 한반도에 갈등이 해소되고 평화가 깃들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평화를 지키시는 주님의 제자가 되어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평화의 순례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희망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믿음에서 얻는 모든 기쁨과 평화로 채워 주시어, 
 여러분의 희망이 성령의 힘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로마 15, 13).

 

 

 

2025년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 주 영 주교

 

[ 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50257?page=1&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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