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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청소년 주일 담화

“희망 속에 기뻐하십시오”(로마 12,12 참조)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지난해 8월, 저는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청년 1,200여 명과 함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37차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리스본으로 향하였고 그곳에서 교황님을 만나 함께 기도하고 아름다운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파견 미사를 마치시며 대한민국 서울을 2027년 전 세계 젊은이들이 다시 만날 ‘은총의 땅’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또한 2027년을 향한 여정 중에 맞이하는 2025년 희년에 로마에서 열리는 희년 청년 대회에 우리를 ‘희망의 순례자’로 초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희년은 히브리인들의 큰 축제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안식년을 일곱 번 보내고 그 이듬해를 희년으로 지냈습니다. 희년에는 땅을 일구지 말고 노예를 해방하며 땅과 집을 본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레위 25장 참조). 이는 하느님께서 직접 모세에게 이르신 말씀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희년에 담긴 ‘희망’을 발견합니다. 휴식과 해방으로 표현되는 희년의 의미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에덴동산에서 살게 하신 하느님께서, 또한 사람을 사랑하시고 행복하게 살도록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셨기에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행복을 향한 희망이 됩니다.

 

저는 ‘희망을 담은 희년’이 내년 한 해만이 아니라 우리 청소년의 하루하루 일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여러분과 희년 준비의 마음가짐 몇 가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환경에 대한 관심과 보전을 위한 실천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이레째 하루를 쉬신 것처럼 히브리인들은 7년마다 토지를 한 해 쉬도록 내버려두면서 가난한 이들과 들짐승이 먹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땅에서 나는 소출은 땅 주인의 소유이고, 해마다 경작해서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요즘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너무도 당연한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소유의 대상이나 이익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안락하게 하여 주었지만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도 가져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환경 오염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안에서 소비의 모습을 돌아보고 환경 지향적으로 바꾸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습관화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보전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희년의 정신입니다. 

 

다음은, 용서하는 마음입니다.
히브리인들은 희년을 맞아 노예를 해방하고 빚을 탕감하여 주었습니다. 해방과 탕감은 하느님께 거저 받은 자비의 인간적인 실천입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입시와 취업 등 진로에 대한 불안, 가족과 친구 등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골짜기를”(시편 23[22],4) 홀로 가는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는 합니다. 용서는 부족함이나 어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그 대상에는 자신도 포함됩니다.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세계 어느 나라 청소년들보다도 열심히 미래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여러분 자신을 긍정하고 용서하기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시고, 늘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마지막은, 기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희년을 앞둔 올해를 ‘기도의 해’로 선포하시면서, 기도의 가치와 필요를 깨닫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자들은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인격적으로 가까워지고 이를 통하여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게 합니다(마태 6,10 참조). 
저는 청소년 여러분에게 기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방법이라기보다는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입니다. 하느님께서 청소년 여러분과 늘 함께 계심을 인식하고, 그래서 순간순간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부를 때에 여러분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기쁨과 희망을 얻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희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희망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여러분의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희망을 간직한 여러분의 모습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희망과 기쁨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꿈과 도전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뜻도 함께 담기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희망을 품고 전하는 모습이 바로 희년을 살아가는 삶입니다.

 

“희망은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의 마음에 넣어 주신 행복을 바라는 덕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818항).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더불어 제39회 청소년 주일을 맞아 청소년들과 이들을 동반하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사랑이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5월 2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김 종 강 주교

[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42173?gb=K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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