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미사의 영성 (17) 미사의 영성 : 뉘우침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지난 시간에 대해 후회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 순간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상황이 지금보다 좀 더 좋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우리는 후회 속에 속상해하고, 마음 아파하곤 합니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해서 지난 시간이 돌아오진 않습니다. 그때의 그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더 마음 아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후회 속에 지난 과거를 괴로워하는 모습은 때때로 자신의 오늘을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시간의 그늘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도 지난 시간에 대해 후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겉으로 봤을 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같고, 사는 동안 모든 것을 갖춰서 아무런 걱정 없이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도 그 뒷면에는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후회와 아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인간적 나약함 앞에서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될 모습이 있다면 ‘후회’가 아니라 ‘뉘우침’입니다.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드는 모습입니다. 후회를 매번 후회로만 남겨둔다면, 항상 그 후회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후회’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뉘우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무엇을 뉘우칠까요? 우리는 단순히 우리의 지난 잘못만을 뉘우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뉘우침의 기준은 바로 하느님께 있습니다. 미사 때 사제가 “형제 여러분, 구원의 신비를 합당하게 거행하기 위하여 우리 죄를 반성합시다.”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인간적 잘못에 대해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적 잘못들 속에서 나 자신이 어떻게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고, 또 어떻게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를 돌아보라는 초대입니다. 나 자신의 마음 아픔이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 아픔을 헤아리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 그 아픔을 다시는 그분께 드리지 않겠다는 ‘뉘우침’을 행하라는 초대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생각과 말과 행위’로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음을 뉘우칩니다. 살아가며 생각을 통해 하느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는 것들을 더 마음에 담아두었음을…. 말을 통해 누군가를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누군가를 슬프게 하고 아픔을 주었음을…. 그리고 행동을 통해 하느님 아닌 다른 모든 것들을 더 좋아하며 그분을 멀리해 왔음을….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지금까지 내 삶을 형성해 왔기에 생각만의 탓도, 말만의 탓도, 그리고 행동만의 탓도 아님을 뉘우치며 우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2022년 6월 12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