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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와 미사의 영성 (30) 예물 봉헌 II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드러나지 않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날 때가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어려운 삶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그 힘겨움의 시간을 신앙 안에서 향기롭게 가꾸어 냅니다. 그리고 본인도 넉넉하지 않지만, 주위의 다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가진 것을 남몰래 나누곤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대단하시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렇게 믿음과 사랑을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로 만들어 가는 분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떤 처지에 있든, 어떤 상황이든 항상 ‘감사함’을 지니고 산다는 것입니다. 그 감사함이 삶의 모든 순간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기쁘게 자신을 봉헌하게 만듭니다.

 

감사함은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속하게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며 하느님께 완전히 속하게 하는 것이 바로 ‘봉헌’입니다. 그래서 봉헌은 ‘자신에게서 하느님께로 건너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속하던 것들이 하느님의 영역으로 들어가 그 의미가 변화되고, 또한 하느님의 거룩함에 참여함으로써 거룩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빵과 포도주의 봉헌 행렬 때 사제가 제단을 벗어나지 않는 이유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단은 거룩한 곳으로서 세상과 구별됩니다. 그리고 성당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특별히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성변화의 장소이며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재현되는 제대가 놓인 공간입니다. 세상에 속해 있던 빵과 포도주는 이제 봉헌을 통해 거룩한 공간, 즉 제단으로 건너옵니다. 또 다른 의미의 건너감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든 봉헌은 자신을 내어놓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참된 자신을 하느님 안에서 다시 찾는 모습이 됩니다. 그래서 봉헌은 은총입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봤을 때 ‘내어놓음’이지만 신앙의 눈으로 봤을 때는 ‘다시 찾음’입니다. 버림으로써 얻고, 비움으로써 다시 채우는 은총의 시간이 바로 봉헌인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봉헌의 대상이 항상 ‘하느님’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오직 하느님께로 향하고 그분께 드려질 수 있을 때 그 시간은 새롭게 변화되고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혹시 삶의 무게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 그리고 내 삶의 의미를 잃어 간다고 느끼신다면 그 시간을 하느님께 봉헌해 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우리의 인간적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기쁨과 평화를 그분께서 우리에게 다시 주실 것입니다. 또한 그럴 수 있을 때 예물을 봉헌하며 바치는 사제의 기도가 우리 모두의 기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땅을 일구어 얻은 이 빵을 주님께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 [2022년 10월 9일(다해) 연중 제28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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