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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병오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부모님께서 모세의 율법에 따라 성전에서 정결례를 치르고,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사건을 기념하는 주님 봉헌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이날을 “축성 생활의 날”로 제정하심으로써, 복음적 권고를 서원하며 살아가는 모든 축성 생활자들을 교회가 특별히 기억하고 감사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뜻깊은 날을 맞아, 모든 남녀 축성 생활자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평화의 길을 함께 걷는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주제로 한국교회 축성 생활의 해를 지냈습니다. 교회의 정기 희년이었을 뿐 아니라, 보편 교회 차원에서 축성 생활의 해를 지낸 지 꼭 10년이 되는 시점에 한국교회가 다시금 축성 생활의 의미와 사명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더 나아가 제16차 세계 시노드의 3년 여정을 마무리하며, 시노드 정신을 실제 삶과 활동 안에서 구현해야 할 교회의 과제가 분명해진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축성’이라는 개념, 곧 세례의 축성에 뿌리를 둔 평신도와 성직자, 그리고 축성 생활자가 고유하면서도 동등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 안에 있음을 드러내는 이해는, 시노드적 교회를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신학적·사목적 출발점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축성 생활의 날을 맞아,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성전에 봉헌되시며 아버지 앞에, 그리고 모든 하느님 백성 앞에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이 장면 안에서, 축성 생활자에게 맡겨진 소명과 사명의 의미를 다시 한번 차분히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제5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발표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3차 세계 대전”이라는 표현을 통해, 폭력과 분열, 불안이 확산되는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시며, 희망이 희미해지고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의 온기가 식어가는 듯한 이 시대 안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를 증언하는 이들이 되어 달라고 우리 모두를 초대하십니다. 특히 평화를 전하는 예언자적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자신이 그 평화를 간직하고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시며,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을 인용하십니다. “다른 이들을 평화로 인도하고 싶다면 여러분부터 평화를 지니십시오. 평화 안에서 굳건해지십시오. 다른 이들에게 불꽃을 전하고 싶다면 여러분 안에 타오르는 불꽃을 지녀야만 합니다.”

 

“여러분부터 평화를 지니십시오”라는 이 말씀은,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된 평화를 향해 우리 각자의 마음을 다시 열도록 초대합니다. 교황께서는 이어,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이자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의 표징으로서, 하느님께서 왜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는지를 설명하십니다. 젊은 마리아님의 태중에 잉태되시고 베들레헴의 구유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은, 무방비 상태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오늘의 복음 역시, 부모의 손에 자신을 온전히 맡긴 채 성전에서 봉헌되심으로써, 가장 보잘것없고 연약한 이들 가운데 하나가 되신 예수님의 복음적 겸손과 평화의 길을 보여줍니다. 특히 하느님께서 아기가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강생의 신비 안에서, 우리의 인간적인 연약함이 평화를 위한 자기 인식과 책임 있는 연대의 조건으로 제시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연약함은, 무엇이 오래가고 무엇이 덧없이 지나가는지, 무엇이 생명을 가져다주고 무엇이 죽음을 가져오는지 우리가 더 명료하게 깨우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까닭에 우리에게는 흔히 자신의 한계를 부정하려 할 뿐만 아니라 약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 개개인과 공동체가 선택한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의 연약함이 결코 부정하거나 감추어야 할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다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은총의 자리임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특히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한계와 취약함을 정직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서로를 경쟁이나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축성 생활은 바로 이러한 연약함을 외면하지 않고, 하느님 앞에 기꺼이 내어놓으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개인의 취약함은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경청과 연대, 그리고 참된 친교로 나아가게 하는 토대가 됩니다. 이처럼 연약함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야말로, 오늘의 교회와 세상 안에서 축성 생활자가 평화의 증인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영적 기반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상호 관계 안에서 살아갈 때, 축성 생활자의 정체성은 더욱 분명해지고,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신 고유한 사명 또한 보다 성숙하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제 희년도, 한국교회 축성 생활의 해도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걷고 있는 평화와 희망의 순례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축성 생활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여전히 쉽지 않다 하더라도, 바로 그러하기에 축성 생활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소명에의 충실함과 삶의 진정성은 더욱 요청되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의 순례 여정 안에서, 교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공동체 안에 살아 있는 관계와 연대를 형성하는 데에 맡겨진 축성 생활자 여러분의 현존과 봉사가 새롭게 드러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드리는 헌신과 침묵의 기도, 그리고 일상의 충실함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주님께서 언제나 당신 평화로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2026년 2월 2일 축성 생활의 날에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 협의회 회장
백남일 요셉 신부

 

 

[ 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60032?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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