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교황대사관 신축 기공식 축사
[2025년 10월 15일(수) 17시, 주한 교황대사관 부지]
오늘 우리는 주한 교황대사관 신축 기공식을 거행하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기공식을 통하여 새로운 건물이 큰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지어지고, 우리 대한민국과 교황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러한 장소가 되기를 빕니다.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수교는 1963년에 수립되었지만, 두 나라의 관계는 수교 훨씬 이전부터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1825년 우리 조선 교우들이 사제를 보내 달라는 서신을 보냈을 때 교황 레오 12세께서는 파리외방선교회에 선교사제 파견을 요청하였고, 1836년을 기해 자생적으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내린 조선에 선교사들이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한국교회는 박해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날로 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교황청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특히 1945년 전후, 교황청은 우리나라가 독립 국가의 지위를 인정받고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대한민국과 교황청은 2023년 12월 11일에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였는데, 이 오랜 시간 동안 대사관 건물은 한국과 교황청 양국의 교류 거점과 다리 역할을 해 왔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1984년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식과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하셨을 때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14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하셨을 때는 교황님의 숙소 겸 집무실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 이후에는 대사관에 분향소를 마련하여 많은 신자분들과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울러 정부 요인을 비롯하여 국내의 많은 인사들이 대사관을 찾아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논의하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1965년에 완공된 대사관 건물은 6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났기에 보수하며 관리하기에는 한계에 와 있었습니다. 더욱이 규모 면에서도 넓지 않아 대사님과 참사관님 그리고 직원분들께서 이곳에서 생활하시고 근무하시는 데에 불편함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하여 이렇게 새 대사관을 짓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더욱이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맞아 우리나라를 찾으시는 레오 14세 교황께서 이 신축 대사관에 머물게 되신다는 점에서, 이번 건축은 매우 의미 깊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단을 대표하여 대사관을 짓는 기간 동안 가톨릭대학교 옴니버스파크에 임시 대사관을 마련해 주신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공사를 위해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교황대사관 건축위원회의 정신철 주교님, 김종강 주교님, 이경상 주교님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학교법인 가톨릭학원과 평화종합건설, 간삼건축의 모든 임직원 여러분께도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빕니다. 아무쪼록 이 대사관 공사가 소기의 목적과 계획에 따라 성공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0월 15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